두산아트센터 강의를 듣다
친구가 두산아트센터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강의를 한다면서 연락을 주었다.
고맙게도 친구 덕분에 나는 무료로 진행하는 이 교육을 신청하고 (전석 매진 되었다고 한다)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랫만에 두산아트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예전에도 교육 때문에 두산아트센터에 갔었는데 3년만에 간 것 같다. 두산아트센터는 전시나 공연을 관림하기 위해 찾아 간 적은 없고 교육 때문에만 갔던 것 같다. 퀄리티 좋은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는 것이 참 좋다.
점진적으로 발전한 화폭
오늘은 김환기 작가에 대해서 드디어 잘 알게 된 것 같다.
김환기 작가 작품은 갤러리 현대에서 점묘화 작품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서 그 이전 김환기 작가의 도자기, 항아리 그림들을 보면 왜 이 작가는 항아리에서 왜 점묘법을 그린 작가가 되었지? 하는 의문들이 들었는데 이번 강의를 듣고 그 의문이 사라졌다.
작가는 갑자기 점묘법을 그린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자신의 화풍을 실험하고 발전시키고, 변주하고 있었다.
그 그림들을 모아서 보니 김환기 작가의 유명한 <우주>라는 작품이 다시 보이고, 숭고미가 느껴져서 숙연해지기도 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는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오늘 교육을 맡은 강사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 회사의 vice president 이다. 크리스티에 2011년에 입사했으며 입사 후 김환기 작가를 전세계적으로 알려야겠다는 목표로 파리 곳곳을 뒤지며 김환기 작가의 파리 시기 작품을 수집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작품 6개를 수집하게 됐는데 그 스토리도 참 재미있다. 프랑스의 주요 신문에 김환기 작가 작품을 찾는다고 공고를 냈고 어떤 젊은 사람에게 연락이 닿았다 했다. 알고보니 그의 증조할머니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작품을 물려주고, 아버지가 본인에게 작품을 물려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조카는 그 작품의 가치를 알지 못하니 추정가 1-2억에 그 작품을 모두 팔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경매에서 그 작품들을 약 10억~20억대로 외국인에게 팔렸다고 했다.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800억, 900억에도 팔리는데 김환기 작품은 20억에 팔리고, 최근에는 130억에도 팔렸는데 왜 김환기 작품은 900억에 팔리지 않았을까? 강사가 질문을 했다.
이유는 그 국가의 경제력과 비레하다고 했다. 보통은 자본이 많은 외국인 컬렉터들이 작품을 10억~20억대로 많이 사가지만, 100억대, 500억대, 800억대로 작품을 사가는 것은 자국인이라도 했다. 아마 김환기가 미국인이었다면 1,000억에 팔렸을 수 있다고 했다. 슬프지만 재미있는 미술 경매 시장의 자본주의 스토리다.
김환기와 김향임(변동림)의 러브스토리, 김향임의 서포트
김환기는 변동림이라는 아내, 이상의 전 아내의 남편이다. 김환기는 매우 키가 크고 변동림은 매우 키가 작은데 그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사진.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유명하다. 김환기는 매우 로맨티스트였다. 변동림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그 스윗함과 로맨틱하고 유며러스한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변동림의 필명은 김향인이다. 그녀는 김환기와 결혼을 하면서 자신에게 김환기의 호인 '향인'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 성과 이름을 김향인으로 바꾼다. 김향인은 이대를 나온 신여성으로 참으로 당차고 당돌하고 멋진 여자였던 것 같다.
굉장히 놀란 것이, 김환기가 파리로 건너가야 겠다고 하자 김향인이 일본 유학 때 불어를 배워놨기 때문일까 김환기를 대신해서 프랑스 대사관을 왔다갔다 하며 김환기를 파리로 갈 준비를 미리 다 한다. 김향인이 미리 파리로 가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김환기를 불렀다고 한다. 김환기의 뒤엔 그녀가 있었다.
김향인은 이상의 아내였는데 1937년 이상이 죽었다. 1937년에 일본 유학에서 김환기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사의 추측으로는 아마 이상의 장례식이 일본 유학생들 내에서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 장례식장에서 김환기가 변동림을 보고 반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했다. 하지만 변동림은 김환기를 보고 키만 멀대 같이 크지 별 관심이 없었다 했다. 하지만 김환기가 변동림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며 구애를 했고, 그 둘은 둘도 없는 인연이 되었다.
도자기를 사랑한 김환기
김환기는 도자기를 매우 좋아했다고 했다. 허세욕 때문에 좋아한 것이 아니라, 고미술에 대한 사랑이다. 도자기를 잘 알려면 보기만 해서는 안되고, 반지르르하고 매끈한 표면을 만져봐야 한다고 하는데 도자기를 사고 만지고 모으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자기가 화폭에서 많이 등장한다.
가난해도 작품을 놓지 않는 열정
김환기의 작품이 왜 한국에서 이렇게 칭송을 받고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는지 이해가 갔던 부분은 김환기는 끝없이 도전을 하고 도전을 했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작업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작가가 될 것이라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고, 어떤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작업을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김향임은 백화점에서 일하고, 김환기도 노동일을 했다고 했다.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환기는 대작을 끊임없이 그려나가며 작가로서 열의를 바쳤다. 그런 점이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위대한 작가의 조건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김환기가 그렇다. 김환기는 대학 시절부터 항아리를 머리에 이는 여인을 그렸었는데 이 것이 향후 화폭에서도 계속 발견된다. 같은 오브제를 버리지 않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다. 강사의 말이 인상 깊다. 어떤 작가가 갑자기 이것을 그렸다가 저것을 그렸다가 하면 잘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하나만 제대로 파기에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인생에서도 교훈을 주는 것 같다.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나만 파도 잘 되기 어려운 세상인데 나는 이런 저런 것에 관심이 너무너무 많다.)
물감의 번짐은 아시아의 것
십자구도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오방색이 특징이고, 선을 물감을 먼지는 효과를 내었다. 물감이 번진다는 것은 아시아 작품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는 물감의 차이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유화를 썼는데 유화는 번지는 표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서양화가가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썼다면 이는 아시아의 영향이다. 번지는 그림이 서양에서 등장한 것은 우끼오에라는 일본 목판화가 서양에 들어가면서, 서예를 보고 가져올 무렵부터이다. 그래서 김환기의 번지느 그림을 보고 마크로스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엄청난 크기의 그림이 등장
뉴욕 시기에서 김환기의 작품이 150호가 넘어가게 되는 데, 이 영향은 마크로스코의 커다란 그림. 바넬 뉴만 작가의 그림. 고틀립 작가의 그림을 보고 뉴욕에서 싸우자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면서 사이즈를 키운 것일 거라고 했다. 김환기는 한국을 대표해서 마치 전장에 나가 싸우는 마음으로 전투하듯 작업을 했다. 예술가의 광끼이기도 하고 열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아는 점묘화 그림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이 첫 작품인데, 이는 김광섭 시인이 죽었다는 오보를 접하면서 슬픔으로 점 하나하나를 세필붓에 담아 찍어 내면서 작품을 순식간에 완성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 작품은 너무나 독창적, 서정적인데, 자기가 평생하려고 했던 아시아의 미를 점으로 담아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그림에는 자그마치 10만개의 점이 있다고 한다. 거대한 화폭에 네모와 점을 찍으면서 김환기 작가는 고향의 별과 산과 무수히 흐르는 강을 그려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에고하면서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그는 대작을 남기고 힘든 삶, 하지만 소명을 다한 삶을 살았다.
그 동안 희미하게 알고 있었던 김환기 작가의 작품 세계와 히스토리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다음 강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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